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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2026년 10월 20일

자본주의 리얼리즘과 세계사의 구조

자본주의 리얼리즘과 세계사의 구조 — 1

인류에게 미래가 없어도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영업한다. 마크 피셔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에서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을 읽으며 수용소와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공존을 짚는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세계에서도 자본주의가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인류의 존속과 매장의 존속은 별도 안건이다.

피셔가 말하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자본주의가 좋다는 믿음보다 질기다. 이 체제가 끔찍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다른 체제를 상상하기는 어려운 상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만 출근했다면 사무실은 지금보다 한산했을 것이다. 회사 욕을 하면서도 회사에 가고, 일 때문에 망가진 몸과 마음을 고치는 데 월급을 쓴다. 노동 조건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데 회복에는 성실히 임해야 한다. 쉬는 데도 이렇게 할 일이 많다.

다만 피셔의 진단에도 물어볼 것이 있다. 자본주의가 반항을 상품으로 만들고 미래까지 점령했다면, 우리는 어디서 시작할 수 있을까. 모든 저항이 흡수된다는 설명은 체제를 비판하는 데 유용하지만 저항을 말리는 데도 유용하다. 비판서를 읽고 자본주의의 영업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면 뭔가 잘못된 독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과 세계사의 구조 — 2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를 함께 읽으면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다른 힘들이 보인다. 그가 보는 자본과 네이션과 국가는 서로를 보완한다. 시장이 불평등을 낳으면 네이션은 공동성과 평등을 요구하고 국가는 재분배와 규제로 대응한다. 이 조치들은 실제로 삶을 지탱한다. 그러나 국가가 시장의 피해를 수습하는 동안 자본과의 결합도 유지될 수 있다. 구제받을 권리는 필요하다. 계속 구제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는 이유도 따져야 한다.

가라타니는 자유와 호혜성을 함께 갖춘 교환양식 D에서 이 결합을 넘어설 가능성을 찾는다. 알파벳 하나가 붙으니 일단 정리가 된 기분이지만 아직 아무도 그곳으로 이사한 것은 아니다. D를 현실로 만들 사람과 조직과 힘은 어디에 있는가. 피셔의 진단을 체념으로 소비하지 않고 가라타니의 대안을 도식으로 진열하지 않으려면 여기까지 물어야 한다. 누가 이 결합을 끊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생계를 잃는 사람들은 어떻게 함께 버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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